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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2022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Onepark 2022. 12. 7. 22:00

2022년 달력이 마지막 한 장 남았다.

은행에 가서 구한 벽걸이 새 달력에도 첫 장에 2022년 12월이 들어있다. 하지만 금년의 결산은 1년 동안 보았던 달력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열한 달을 돌이켜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최종 결산은 제야의 종을 들으며 해야 할 터이니 금년에 겪고 보았던 큰일부터 짚어보았다.

기적 같은 일이라면 누구나 카타르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팀이 16강전에 진출한 것을 꼽을 것이다. 포르투갈 전에서 손흥민이 70m 단독 드리블 끝에 7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황희찬에게 공을 패스하여 총알같은 슈팅으로 역전승을 거둔 일은 오랜만에 온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 2022. 12. 4. 한국-포르투갈 전 후반 46분 손흥민이 수비수들의 발 사이로 황희찬에게 공을 패스하는 장면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 확산세를 멈추지 않고 있음에도 우리 식구 모두 한 번만 가볍게 앓았거나 아무탈 없이 건재한 것이야말로 기적같은 일이 아닌가 싶다.

나는 오늘 아침 식탁에서 집어든 김에서 옛날 추억이 되살아났다. 어머니가 아침에 기름 발라 구워서 아버지가의 밥상에만 조금 올려놓으셨던 것을 몰래 한 장 집어먹었던 그 맛이 느껴져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때는 김도 어찌나 귀하든지 어린 동생은 그것도 반으로 잘라 아껴 먹기도 했었지~.

이렇게 구운 김이나 달걀, 우유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여전히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들의 처지에 비하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 대관령 양떼목장. 사진출처: 삼성중공업 블로그

 

12월  - 오세영[1]

December   by O Se-yeong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How beautiful it is
for a thing to disappear with nothing left like a flare!
When the light was finally extinct
for the darkness of one's own choice,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How amazing it is
to fall asleep on earth with no sound like a meteor!
When one's dream collapsed
brilliantly for the sake of futility,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For the eyes which look back one's youth solitarily,
don't be regretful.
Love will be matured
in the evening of the darkest days of one's life.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When the last wick of time was burned
into the darkness getting Br-i-ghtly,
Open your eyes,
the eyes shining with despair.

 

지난 몇 년 동안 시인의 지명도를 떠나 다양한 주제의 시를 영어로 옮겨 보았다.

영문학 전공자도 아닌 터에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은 일이었지만, 지인들이 보내준 아름다운 詩들이 해외에서도 '제-에-발' 영어로 읽히게 해달라고 나를 조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매주 한두 편씩 한국시는 영어로, 그리고 외국의 시나 한시는 우리말로 옮기며 내 자신의 감성(感性, sensibility)이 풍요로워짐을 느꼈다.

아직은 이들 시와 노래가 큰 소리로 낭송되진 못할지라도 인터넷 상에 올려진다는 것은 누군가가 멀지 않은 장래에 읊조리게 될테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한국시에 조예가 깊은 김상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미처 몰랐던 시인을 발굴하는 의미도 컸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고역(苦役)일지라도 한 단어 한 문장 옮길 때마다 기쁨을 느꼈다.  

 

* 일본 가루이자와 구모바이케(雲場池)의 설경. 사진출처: Ikidane Nippon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2]

In the Middle of December  by O Jeong-bang

 

몸보다 마음이 더 급한 12월, 마지막 달 

달려온 지난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결산의 달
무엇을 얻었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자를 이해했고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힘써 벌어들인 것은 얼마이고
그 가운데서 얼마나 적선을 했는지
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기억난 죄는 다 회개하였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무의식중 상처를 준 이웃은 없고
헐벗은 자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잊어야 할 일을 기억하고 있고

꼭 기억해야할 일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In December when one's mind is more hurried than body, the last month,

I'll wrap up the past year for settlement

by looking back silently the past days.

What I've got,

what I've lost,

whom I loved, and

whom I hated come to my mind.

Did I understand the person to be understood?

What's remained misunderstood is likely to be left.

How much I earned diligently, and

how much I did good for others will be assessed.

Do I bear all the sins in mind, and

did I repent those sins which have come to mind?

Whether I did my best to perform tasks, and

whether I'm satisfied with the result should be answered.

Didn't I do harm to our neighbors unconsciously, and

didn't I turn away from the deprived? 

Do I remember what's to be forgotten, but

  do I forget what should be remembered?

이런 저런 일들을 머리 속에 그리는데
12월의 꽃 포인세티아

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When I think of one thing and another in mind,

poinsettia, the flower of December,

is nodding its head with face turned red.

 

* 인간과 AI 챗봇의 인터페이스. 출처: 조선일보, 2022. 12. 8.

 

12년째 온라인 백과사전을 운영하면서 관련있는 항목에 번역한 시를 올리고 있는 입장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이 사람처럼 똑똑하게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는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기사인즉, 네이버 AI 클로바 개발 조직의 성낙호 책임리더가 챗GPT[3]에 “이선희 노래 ‘J에게’를 IT 개발자의 삶에 맞춰 개사해달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AI는 “J 스치는 기술들에, J 그대 코드 보이면…” 식으로 개발자들이 쓰는 단어를 넣어 뚝딱 가사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애써 번역해서 올리고 있는 시나 노래가사도 세계 최대의 AI 연구소 ‘오픈 AI’가 공개한 AI챗봇 ‘챗GPT’에 맡기면 뚝딱 새로운 시언어를 만들어내지 않겠는가?

그러나 다음 기사는 아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직은 학습 데이터가 제한되어 있는 데다 대부분이 영어인 탓에 한국어 답변은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위로가 될 만한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AI는 크리스 스테이플턴의 ‘The Healing(치유)’을 추천했다. 크리스 스테이플턴이란 가수는 실존하지만, 이 가수는 이런 노래를 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KoreanLII의 영어로 된 콘텐츠가 한국의 법률 제도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있는 시문(詩文)까지 포함하고 있어 챗GPT의 딥러닝에 안성맞춤이므로 보다 각광을 받게 되지 않을까 여겨졌다.

그 때문인지 12월 들어 KoreanLII의 1일 방문자 수가 4000명 이상으로 급증하였는데 그 상당 부분을 새로 바뀐 콘텐츠를 퍼가는 봇과 크롤러가 차지하고 있다. 포맷이 똑같은 Wikipedia에서는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을 갖고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바람부는 황혼의 수섬. 사진출처: 하늬바람, tour of wind tistory.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 오정방

Wind Never Caught by a Net

 

바람을 눈여겨 본 적이 있는가?
딱히
가야할 곳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불어야 할 방향이

어디 고정된 것도 아닌 바람은
막히면 비켜가려니와
결코 그물에는 걸리지 않는다.

Have you ever watched the wind carefully?

By all means,

there is no way

predetermined from the beginning.

With no direction fixed,

the wind may blow

by avoiding obstacles ahead.

It will never be caught by any net.

 

하지만 홀로 운영하는 마당에 AI챗봇의 등장에 기뻐하거나 슬퍼할 겨를이 없다.

한국의 법제와 시문을 결합한 KoreanLII의 콘텐츠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좀더 많은 동역자들이 그 내용을 서로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면서 오류가 있으면 시정하고 계속 업데이트해나가는 협동적인 노력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때 화려하게 핀 가을 꽃 사이를 날아다니다가 계절이 바뀌어 찬 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리자 죽음을 면치 못하는 가을나비가 되어서는 아니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래저래 지난 일을 결산하고 실천가능한 새해의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이다.

 

 

秋蝶  - 白居易   가을나비 - 백거이 

Autumn Butterfly  by Bai Juyi

 

秋花紫蒙蒙   가을꽃은 자줏빛으로 무성하고

秋蝶黃茸茸   가을나비는 노란빛으로 떼 지어 나네

花低蝶新小   꽃 아래 갓 나온 작은 나비들은

飛戲叢西東   꽃 숲 사이를 이리저리 날며 노닐고 있네

Autumn flower - a spray of purple
Autumn butterfly – a yellowish muddle
Flowers droop even as the young butterfly
Flies playfully from east to west

日暮涼風來   해질 무렵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紛紛花落叢   꽃잎 어지러이 떨어져 쌓이네

夜深白露冷   밤 깊어 흰 이슬이 차가우니

蝶已死叢中   나비는 이미 꽃떨기 속에서 죽어있네

Come sunset a cool breeze will arrive
One by one the flowers will lose luster and
With the chill of white dew in night’s depth
The butterfly will die in the cluster’s midst

朝生夕俱死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함께 죽으니

氣類各相從   같은 기질은 서로 서로 따르는구나

不見千年鶴   보지 못하였는가, 천 년을 사는 학이

多棲百丈松   대부분 백 길의 소나무에 깃드는 것을

Born in morning by evening comes death
The life of each being proceeds at its own pace
Have you not seen the thousand-year cranes
Perched so high in their pine tree nest?

* The original poem in Chinese was translated into English by JoeLampoet

 

위 백거이(772~846)의 시는 중국에서도 아주 유명하여 첫 두 연(聯)은 노래로 만들어져 애창되고 있다고 한다.

백거이가 마흔아홉에 당나라 수도 장안을 떠나 당시 상업이 번성하던 항주의 자사(抗州刺史)로 부임해 갈 때  길섶에 핀 화사한 꽃과 노랑나비 떼를 보고 읊었다고 한다. 그날 밤 서리가 내리면 죽을 생명들을 안타까워 하는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큰 소나무 위에 고고한 자태로 있는 천년학을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에 시대착오적 사고와 행태를 보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KoreanLII에 Anachronism 항목을 새로 만들고 백거이의 한시를 함께 올렸다.  

* 백거이의 '가을나비' 영향으로 소나무 위의 천년학은 문인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출처: Dreamstime

Note

1] 오세영(1942~) 전라남도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박사, 서울대 명예교수.

1968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 '잠깨는 추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등을 냈으며, 2022년 제1회 김관식문학상을 수상했다. 충청매일, 2022. 11. 1.

 

2] 오정방(1941~ ). 재미 시인, 경북 울진 출생. 1987년 미 오레곤주 포틀랜드로 이민가서 처음엔 신학을 공부했다.

San Fransisco Christian Univ. & Seminary (M.Div.) 오레곤 주 한인회장, 국제대학 에스페란토 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문선 <다시 태어나도 나는 그대를 선택하리>, 시집 <그리운 독도> 등을 펴냈다.

 

3] 챗GPT는 오픈 AI가 개발한 ‘GPT-3.5′라는 AI 대규모 언어 모델을 이용자들이 쓰기 쉽게 변형한 것이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구글 ‘알파고’처럼 AI의 한 종류이자 이름이다. 딥러닝(심층학습)을 통해 마치 인간이 대화할 때처럼, 다음 텍스트를 예측하고 만들어낸다, 국내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만든 ‘이루다’와 같은 수많은 챗봇 AI가 GPT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오픈 AI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와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 샘 알트먼이 2015년 세웠다. GPT 첫 버전을 공개한 것은 2018년. 당시 1억1700만개의 매개변수를 썼다. 매개변수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을 추정할 수 있는 단위로, 보통 매개변수가 많으면 AI가 높은 성능을 가진 것으로 본다. 이듬해 공개한 GPT-2는 15억개, 2020년 나온 GPT-3의 매개변수는 1750억개로 늘었다. 2년 새 1500배 늘어난 것이다. 개발자들이 AI에게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입력하고, AI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GPU(그래픽 처리장치) 같은 하드웨어 역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신한금융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가지고 제작한 광고

 

매개변수 증가와 함께 GPT의 능력도 무섭게 향상되고 있다. GPT-3 모델부터는 사람처럼 글을 쓰는 수준에 도달했다. 오픈 AI는 이번에 공개한 GPT-3.5가 랩을 하거나, 난센스 퀴즈를 맞히는 등 전작보다 좀 더 사람처럼 상황, 맥락에 따라 반응한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선 2023년 출시 예정인 GPT-4에 매개변수 1조개 이상이 사용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경업 기자, "업그레이드 된 AI챗봇 등장에… '구글 검색의 시대 끝났다'”, 조선일보, 2022.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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