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시로 일컬어지는 주요한의 '불놀이'(1919)를 전에 소개한 바 있다.처음엔 이 산문시를 스무살도 안된 일본 유학생이 썼다는 점에 놀랐고, 1910년대의 평양 시내의 연등행사에 주목해서 영문으로 번역하는 데 치중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시의 내용을 심도 있게 살펴보게 되었다. 운율을 내재한 이 산문시에서 1인칭 화자는 연등행사 불놀이를 보면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연인을 생각하며 슬픔과 분노에 차 있다가 대동강 놀잇배에 오른다. 기생의 창을 들으면서 하늘과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오늘의 삶을 비탄에 빠져 보내서는 안되겠다며 깨우치는 과정을 활동사진처럼 보여준다.밤 늦게까지 하룻 동안 연속해서 일어난 일련의 극적인 사건은 마치 흑백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