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의 마지막 날이다. 화창한 봄날씨에 벚꽃과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우리의 마음은 밝지 않았다. 마침 라디오 FM 방송의 저녁 프로('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전기현 진행자가 낮은 톤으로 3월에 잃어버린 것의 목록을 열거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래요, 맞아요" 수긍하는 기분이 들었다. - 떠들썩한 저녁 모임, - 웬만하면 다 괜찮다고 생각하던 낙천적인 태도, - 가까이 다가앉아 목청껏 응원하던 프로 스포츠, - 퇴근길 길모퉁이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 -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도 좋았던 벚꽃 산책, - 반가운 사람과 나누던 악수와 포옹, - 티켓을 사고 짐을 꾸리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여행, - 오케스트라가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와 멋진 콘서트 현장, - 그립다고 보고 싶다고 덥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