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내가 품었던 질문 중의 하나는 무엇으로 취미생활을 할 것인가였다. 단시(短詩) 하이쿠를 짓는 것도 있지만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그림 그리기였다.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미술반에 들어가 방과 후에 여기저기 다니며 크레파스 그림을 그리곤 했다. 한때는 미술대학에 진학해 화가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색각이상 판정을 받으면서 그림 그리기는 나의 취미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구도를 잡고 어떻게 그릴까 또는 사진을 찍을까 궁리해보곤 한다. 아래 그림은 딱 한 점 남은 초등학교 시절의 미술작품이다. 1964년 당시 전주교대부속초등학교의 전경을 그린 것이다. 배경의 곤지산과 다가산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