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에서 살면서 가을을 피부로 느끼기란 쉽지 않다. 실내 온도가 일정하고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정원수 낙엽을 쓸어모으는 아저씨의 비질 소리에 가을이 깊어감을 느낀다. 시골로 여행을 떠난 지인이 코스모스 꽃밭 사진을 보내왔다. 길가에 피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너른 밭이 온통 살사리꽃 천지였다. 일대 장관(壯觀)이 아닐 수 없었다. 10월 24일은 상강(霜降)이었다. 24절기상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친구는 금년 가을엔 비가 자주 오고 서리가 일찍 내려 과일 작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단풍도 그리 곱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과 배추 수확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지방에는 우박까지 내렸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어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