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조선일보 주말섹션 2025.9.27)에 의하면 호우ㆍ폭염 같은 기상이변과 친환경 인식의 변화로 우리나라의 장묘(葬墓)문화가 바뀌고 있다 한다. 큰비가 내려 산사태가 일어나면 봉분이 무너지고 유골마저 유실될 염려가 있기에 요즘 많이 늘어난 실내 봉안당에 모시면 날씨에 관계없이 추모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가 세상을 뜰 날이 점차 다가오는데 묘지를 크게 늘릴 수는 없으므로 기존 매장묘 자리에 봉안묘를 조성(remodeling)하면 5~10배까지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화장장 시설의 부족으로 화장을 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므로 해외에서는 심지어 화장 (火葬) 의 대안으로 수분해장(水分解葬)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법적으로 허용된 수분해장은 시신을 화로가 아닌 수분해 장비에 넣고 60~90분 가수분해(加水分解) 과정을 거치면 유기물 반응수와 물러진 뼈만 남게 된다. 유골을 분쇄하여 분골함에 담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은 화장과 같지만 탄소배출량은 96%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집의 경우 성묘를 갈 때마다 산소 봉분의 잔디가 거의 사라지고 잡초만 무성해져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러던 차에 부모님 묘를 쓴지 30년이 다 되어가 무슨 조치가 필요하였으므로 가족회의를 거쳐 공원묘지 측이 권유한 대로 봉안묘로 개장(改葬)하기로 했다. 마침 2025년 7월에 윤달이 드는 것을 알고 작년 추석 성묘 때 공원묘지(석재사무소) 측과 계약을 하였다.
지난 7월 26일 부모님 유골을 수습하여 화장을 하고 임시 안치한 것까지는 전에 이 블로그에 소개한 바 있다.
우리도 전에 준비를 하면서 개장 절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매우 궁금하였다. 그럼에도 공원묘지 측 설명만으로는 부족하였으므로 이 자리를 빌어 소상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봉안묘를 어떤 형태로 조성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공원묘지나 장묘업체에서 제안하는 몇 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도 석재 공급사정에 따라 일종의 유행(trend)을 타는 데다 임의로 정하기에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존 부모님의 묘자리가 널찍하여 12기를 수용할 수 있는 평장묘로 결정하였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상석 위에 설치할 추모조형물이었는데 가족간 협의를 거쳐 부모님의 사진을 넣고 부모님의 좋아하셨던 성경구절을 써넣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공원묘지 측에 추석 전에 봉안식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던 바 정확히 두 달 만인 9월 27일 추석 성묘를 겸한 봉안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유가족으로서 제일 연장자이자 공원묘지 초창기에 부모님 묘 자리를 잡아놓으셨던 형님은 산소로 가는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내리기 힘들다고 아래서 기다리시겠다고 했다. 현장을 가보고 싶으셨겠지만 구순을 바라보시는 연세이니만큼 공원묘지에 나오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었다.
이하 9월 27일 당일의 시간 순으로 봉안식과 추모예배의 사진을 올리기로 한다.





우리처럼 평장 12기 가족묘의 경우 상석은 선영과 마찬가지로 맨 뒤의 좌측이었다.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목함에서 꺼낸 종이로 싼 유골을 땅속에 안치한 후 상주가 "취토야"(取土 즉 '흙을 이불처럼 덮어요'라는 뜻)를 3번 외치고 흙을 뿌렸으며 유족들도 돌아가며 삽에 흙을 담아 그 위에 뿌렸다. 말 그대로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면이었다.
그 다음에 인부들이 취토 흙을 가득 채우고 그 위해 석판과 묘지석을 올려놓았다.
지상에 묘실이 있는 봉안묘에는 도자기 유골함에 담아 모시는 것과 달랐다. 평장묘라 해도 두 번째부터 망자의 유골을 안치할 때에는 공원묘지 측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봉안식에 이어 전통방식으로 성묘를 하였다.
막내아들로서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만큼 낡은 유택을 리모델링하여 새 집에 모신 것이 기쁘고 가슴벅찬 일이었다.
다른 가족의 전폭적인 협력을 받았지만 그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 부모님 앞에서 응석 부리듯 아버지가 즐겨 자시던 매실주 잔을 올리고 큰 절을 드리고 싶었다.
이어서 성묘 때처럼 참석자들이 차례로 술을 따라 올리고 절을 하였다.


제2부는 추모예배 순서였다.
내가 잠언에 나오는 효(孝)를 강조한 구절을 낭독하는 것으로 예배를 시작하였다.
"내 아들아, 네 아버지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머니의 법을 떠나지 말라.” (잠언 1:8)
“너를 낳은 아버지에게 순종하고
늙은 어머니를 업신여기지 말아라.” (잠언 23:22)
찬송은 아버지께서 생전에 자주 부르셨던 새찬송가 305장 Amazing Grace를 다 함께 불렀다.
이어서 차남이 신명기 5:16절을 낭독하고, 장남이 대표기도를 하였다.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
내가 부모님 산소를 개장하고 봉안식을 갖게 된 경위를 보고드린 후 점심 식사는 포곡농협 앞에 있는 희락보리에 예약해두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새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 4절을 부르고 주의 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다.
주님 다시 뵈올 날이 날로날로 다가와
무거운 짐 주께 맡겨 벗을 날도 멀잖네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고향집에 돌아가
아버지의 품안에서 영원토록 살리라.

우리집은 아버지 기일이 음력 8월 25일이므로 추석 쇠고나서 처음 맞는 주말에 성묘를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그 덕분에 추석 전 성묘객들의 혼잡을 피할 수 있고 가을 소풍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때는 서른 명이 넘는 후손들이 이 자리에 모여 가을 소풍 온 것 같은 성묘를 한 기억이 새롭다.
성묘 올 때마다 그리 하였듯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둘째형님이 가 계시는 점심식사 장소로 모두 이동하였다.
이날이 추석 직전의 주말이었으므로 공원묘지에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들로 국도로 나가는 길이 매우 혼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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