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다소 황당한 일을 겪었다.
거래은행 창구에 가서 60세 이상의 고객에게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이자도 얹어주는 금융상품을 출시했다고 들었는데 나도 그 혜택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창구직원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8월 들어 그런 문의를 종종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25년 근무한 김 과장이라는 등 개인 명의로 YouTube를 통해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생각해보니 그 채널을 보는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편취한 것은 아니지만 나처럼 '혹'한 사람들이 '구독' '좋아요'를 누르게 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려는 속셈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엊그제 모 케이블 방송에서 실제로 시청자들이 혹하게 만드는 프로를 방영했다.
느닷없이 톰 크루즈, 니콜 키드만이 부부로 출연하여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Eyes Wide Shut〉의 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진행자는 이 영화가 음모론으로 떠들썩했다고 말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영화의 편집작업을 하던 중 돌연사함으로써 이 영화에서 언급한 조직의 비밀을 세상에 알리려 했다가 죽은 게 아닌가 추측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다빈치 코드〉에서도 다뤄졌던 프리메이슨의 '히에로스 가모스' 의식을 묘사한 것으로 영화의 대사처럼 죽임을 당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었다.


이날 tvN의 〈당신이 혹하는 사이 2〉에서〈Eyes Wide Shut〉와 함께 보여준 사건은 2016년 미국 대선판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피자 게이트' 스캔들이었다.
벌써 10년 전의 사건이라 당시 페이크 뉴스가 큰 정치문제가 되었다는 것 외엔 기억이 희미한 터였다. 이 사건의 자세한 전말은 NamuWiki에서 아주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므로 설명을 생략한다. 다만, 이 사건의 무대가 된 피자 가게의 주된 메뉴인 치즈 피자의 약어 CP가 아동음란물(children pornography)의 암구호로 쓰인다는 것, 당시 힐러리 클린턴 선대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의 해킹 당한 이메일에 치즈 피자가 자주 등장하여 반대파들의 뉴스 조작에 좋은 먹잇감이 됐다는 것 정도만 밝혀두기로 한다.
주류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페이크 뉴스로 간주하여 거의 뉴스 취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당선권에 들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돌연 사악한 소아성애자・성착취 집단의 우두머리로 낙인찍히고 트럼프가 대권을 잡은 것으로 결말이 났다. 실로 역사를 바꾼 가짜 뉴스였던 것이다. 만일 그 사건이 사실이었다면 정권도 바뀌었는데 사건 당사자들이 무사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고 보니 나부터도 YouTube의 알고리즘 탓에 종종 가짜 뉴스의 피해자가 되고 있음을 알았다. 위의 은행 상품에 대한 거짓 정보 말고도 외국 여성들이 한국 남자들을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외국 여행자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에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는 미담을 듣곤 했다. 어느 나라에서 오해에 휘말린 한국 기업이 철수하는 바람에 그 지역경제가 망하고 말았다는 소식 등 실화(true story)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연들 역시 대부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은 Google Gemini에 URL 주소만 입력하고 사실 여부를 밝혀달라 하면 친절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실명으로 나온다면 신문이나 블로그 등 SNS에 등장했을 것이고 Google 검색에 걸리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Google로 검색되기 어려운 사건도 오십보 백보였다. 미국과 유럽에서 여러 해 살아본 나의 입장에서 처음엔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게 한류의 영향이 크다곤 해도 놀랍기만 했다. 하지만 남주인공이 특전사 출신이라 용맹무쌍하다거나 한국에서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자동차가 고장 나 낭패에 빠진 여성을 구해준다는 식으로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게 수상쩍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짜 뉴스를 피할 수 있을까?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았다고 나무라선 안된다. 범인은 모든 것을 계산에 넣고 피해자를 어느 선 이상으로 몰고가기 때문이다.
보이스 피싱으로 거금을 잃었던 지인이 귀띔해준 요령도 그러했다. 상식처럼 알려진 "금감원 경찰 검찰의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계좌이체를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통하지 않더라 말했다. 가족이 위해를 당하기 일보 직전인데 이성적인 사고는 마비되고 속더라도 일단 가족이 위급한 상황부터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더라고 말했다.
단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지나치게 친절한 전화, 가족 상황을 너무 잘 아는 상대방의 전화는 "말을 섞지 말고 무조건 끊어라"는 것이었다. 친절을 가장하고 접근해오는 사기꾼하고는 절대로 가까이하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가짜 뉴스도 마찬가지이다. 너무나 내 귀에 쏙 들어오는, 마음에 드는 뉴스나 사연은 일단 의심하고 팩트 체크부터 할 일이다. 이런 YouTube 채널을 보지 않고 건너뛰면 알고리즘도 더 이상 가짜 뉴스를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허용되는 것은 누구도 해치지 않고 어떻게 사람 눈을 속였는지 뻔히 알 수 있는 갤럭시 폰의 배경 치환(또는 인물 누키)으로 합성한 사진이라고 하겠다. 다만, 이것도 일정 선을 넘으면 딥페이크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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