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오래 전부터 프로방스로 이끈 것은 '뤼베롱 산지에서 양치는 목동의 이야기'(알퐁스 도데의 "별")였다. 그곳에 가면 사춘기 시절 나를 들뜨게 만들었던 어여쁜 아가씨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1996년 6월 파리의 '시앙스포'(Sciences Po: 프랑스 그랑제꼴의 하나인 파리 정치대학교)에서 열리는 하계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결정되었을 때 나는 "EU의 장래"라는 주제보다는 어떻게 하면 시간을 내어 프로방스 지방을 답사할 것인가에 골몰해 있었다. 내 마음은 벌써 "프로빈차, 내 고향으로"(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아리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영화 "지붕 위의 기병"(콜레라가 창궐한 프로방스 지방에서 이태리 기병장교와의 애틋한 사연을 그린 쥴리엣 비노쉬 주연의 영화)과 "프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