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등나무 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등꽃 서러움은 풍성한 꽃송이 그 화려함 만큼이나 덧없이 지고 있는 꽃 그늘 뿐이어서 다시 꽃 필 내년을 기약하지만 . . . 차라리 등꽃 보라나 되어 화라락 지고 싶어라 김명인, "저 등나무 꽃 그늘 아래" 중에서 목련도, 벚꽃도, 라일락 꽃도 지고나면 그윽한 향기를 풍기면서 보라빛 등나무 꽃이 핀다. 등나무 넝쿨은 그 자체가 그늘을 만들기에 무엇보다도 화려한 꽃이 있는 듯 없는 듯 피어 있다. 나 역시 매일 그 앞으로 다니면서도 등나무 꽃이 피어 있는 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몇 년 전 안식년 때 LA에서 거주했던 파크 라브레아(Park La Brea) 아파트 단지 안에 만개했던 자카란다 (Jacaranda) 꽃나무가 생각났다. 잎과 수형(樹形)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