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족신문 '쁘띠 늬우스' 제7호를 발행하였다.[1] 본래 초등학생 방학숙제로 했던 것이지만, 그동안 우리집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여겨져 이번 호부터는 영문판까지 함께 만들었다.[2]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뭔가 자손을 위해 뜻깊은 일을 해보자 마음먹고 2019년 말에 창간을 하였으니 어느덧 7년째 발행하는 셈이다. 1호부터 다시 찾아서 읽어보니 손자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 약국 개업으로 바빠진 큰아들 내외, 아일랜드에서 유학생활을 즐기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발이 묶이게 된 작은며느리 등 우리집안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작년의 6호에 이어 가족신문 7호를 받아본 한 친구가 '낭만+전통'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낭만'하고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고역(苦役)'에 가깝다.
연초부터 CES 참관에다 회사 신년 계획 등으로 분주하게 보낸 큰아들이 가족신문 원고 작성을 숙제처럼 여겼다가 특별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년간의 사진첩을 정리하다보면 어느새 '맞아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한해를 정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은아들도 직장을 옮겨 바쁜 와중에서도 오래 기다렸던 아기가 생긴 소식을 알고 기뻤던 순간이 새삼 되살아났다고 고백했다.
이와 같이 가족신문의 기삿거리를 준비하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새해는 다채롭고 보다 알차게 보내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세(3) 가정의 기사와 시진을 균형있게 실어야 하는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일상사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찾아 기사를 쓰고 사진을 배열하고 있다. 여백(dead space)을 남기지 않아야 하므로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해마다 무엇인가 특집 기사나 화보[2]를 만들려고 1년 동안 한 일을 몇 번이고 되새김질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엊그제 달력이 2월로 바뀌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또 라디오 프로에서도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어도 가족신문을 만들다 보면 어느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으며, 매년 알차고 의미있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제7호에서도 작년 4월 아내가 파리 출장 중에 재개관한 노트르담 성당을 안에 들어가보고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다가 '문화재 복원'이라는 키워드를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는 KoreanLII에 'Restoration of cultural heritage'라는 항목을 새로 만들고 문화유산보존법의 관련 조문까지 찾아서 읽어 보았다.
가족신문 기사 원고와 사진을 메일로 보내면서 큰 아들이 한 말이 생각난다.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달력처럼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강물처럼 계속 흐르고 있어서 아직도 저는 지금이 25년인지 26년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가족신문 덕분에 비로소 한해의 마침표를 찍은 기분입니다."
Note
1] '쁘띠'는 2021년 9월까지 우리와 함께 살았던 반려견의 이름이었다. 2019년 말 창간을 준비하면서 신문 제호(題號)를 공모하였는데 아내의 '레트로 풍' 응모작이 당선되었고 제호까지 직접 친필로 써주었다.
2] 내가 우리집 가족신문을 만들게 된 것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SW)의 그레이엄 그린리프 교수님이 해마다 연하장처럼 보내주시는 Lilyfield Bugle (Lilyfield는 교수님 부부가 49년째 살고 있는 시드니 교외의 작은도시 이름임)이라는 가족신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교수님 내외분이 우리집을 방문하신 적이 있는 만큼 1년간의 가족 소식을 전하는데 이처럼 좋은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7호부터는 판형과 사진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기사만 간결하게 번역하기로 하고 Gemini AI Plus의 도움을 받았다(위의 두 번째 사진).

Data Protection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고 1995년부터 AustLII를 운영해오신 그린리프 교수님은 내가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학자가 되고, 또 KoreanLII를 론칭하도록 격려해 주셨다. 내가 그동안 교수님께 만들어 드렸던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 법제에 관한 각종 영문자료만 모아도 KoreanLII의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리하여 2015년 11월 시드니에서 열린 LvI 2015 (Law via the Internet) 국제회의에서 KoreanLII가 Free Access to Law Movement (FALM) NGO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 (한국에서는 한국법제연구원도 FALM 기구의 회원임).
3] 제7호의 특집 화보는 새로 복원된 노트르담 성당 안팎의 모습, 그리고 12월에 중국 랴오닝성 여행기를 인포그래픽스로 만든 것 일부를 소개하였다. 노트르담 성당 제단 뒤의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의 황금색 원판(Golden Disc) 중앙의 벽감(niche)에는 프랑스의 보물 '예수 그리스도의 가시관'이 보관되어 있으며, 2019년의 화재 당시에도 소방관들이 필사적으로 이를 구출해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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