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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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Day] 남이 읽어주는 책 이야기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 점점 심해지니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듣는 편이 더 좋아졌다. YouTube에서도 사연을 영상이 아니라 말로 들려주는 채널을 선호하게 되었다. 얼마 전 아내로부터 책을 한 권 건네 받았다.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라는 두란노 2023 신간서적으로 몇 가지 기시감(旣視感, deja vu)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선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2009)가 생각났다. 남 주인공이 10대 시절에 매력적인 외모의 30대 여자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해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그녀에겐 엄청난 비밀이 감춰져 있었다는 스토리였다. 내가 받은 책의 저자는 부친이 낙상 사고로 경추 3,4번이 골절되어 전신마비 상태이며 모든..

People 2023.09.13

[여행] 가을 들녘 - 고창 상하농원

9월도 중순에 접어들었으니 소슬 바람 부는 가을 들녘으로 나들이를 떠나고 싶었다. 아내와 상의하여 요즘 SNS의 핫플레이스로 등장한 상하농원에 가보기로 하고 그곳 파머스 빌리지 호텔로 갔다. 다행히 아내가 오래 전에 이런 용도로 예약을 해 놓은 터라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좋았다. 주말이라서 고속도로는 벌초와 이른 성묘하러 가는 사람들과 우리 같은 행락객들의 차량들로 메워졌다. 그런데 호남지방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소통이 원활해졌다. 비로소 가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추수를 앞둔 들판은 파아란 하늘 아래 벼가 노랗게 무르익고 있었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유기농 축산을 위해 건설한 농원 겸 목장이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호텔의 예약한 객실에 들어가니 가을빛으로 물들어..

Travel 2023.09.11

[여행] 패키지 해외여행의 장ㆍ단점

포스트 팬데믹 현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해외여행 붐이 아닌가 싶다. 언론에서는 '보복 소비' 이야기를 하는데 팬데믹 기간 중 못한 것 중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말하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을 첫 손에 꼽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얼마 전 괌에 태풍이 불어 발이 묶인 여행자 중에 한국 관광객이 3천명이나 된다는 뉴스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K-팝, 한류에 편승하여 외국 관광객들을 더 많이 한국에 유치하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니 아웃바운드 해외관광에 눈을 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했거니와, 누가 나를 보고 해외여행을 할 때 자유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장ㆍ단점과 사례를 이야기하라면 한 시간 가지고도 부족할 것 같다. 우선 장점이..

Travel 2023.09.07

[Off-line] 남산 한양교회에서의 예배 모임

9월 첫 월요일 남산 소파길에 있는 한양교회에서 대광고 23회 예배자 모임을 가졌다. 그동안 Zoom을 통해 미국에 사는 동기들도 함께 온라인 예배를 드려오다가 금년 말에 은퇴하는 최루톤 목사가 역사가 오래된 한양교회(1945.10.10 설립)에 고등학교 동기들을 초청한 것이다. 최 목사는 이 교회에서 19년째 시무하고 있다. 참석자가 모두 15명이었으므로 대예배당이 아니라 친교실에서 목사님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11시가 좀 지나서 같이 예배를 보았다. 이 모임에 참석할 수 없는 친구들을 위해 따로 Zoom을 통해 예배가 생중계되었다. 모교 이창로 교장선생님의 쌍둥이 아들로 영락교회에 나가는 이영문 집사가 사회를 보았다. 그리고 용인 새에덴교회에 다니는 김재일 장로가 "우리 대부분 현..

Holiness 2023.09.04

[국민청원]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다

2023년 여름은 여러 모로 기록적이었다. 5월부터 '여름 같은 봄'이라더니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한 태풍 등 신기록이 풍성했다. 다행한 일이라면 원전을 풀가동하여 기록적인 전력사용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정전(blackout)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나마 4대강 사업을 벌인 덕에 4대강 유역에서는 홍수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젠 지구 온난화(warming)가 아니라 지구 열화(熱化, boiling)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금년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말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기후재난은 우리집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었다. 아파트 시스템 에어컨이 고장나 버린 것이다. 안방의 에어컨이 리모컨에 일체 반응을 하지 않더니 몇 시간 후에는 한번 켜진..

People 2023.08.25

[Tips] 학술논문의 영역(英譯)과 하이쿠(俳句)

지난 주말에 백제의 왕도(王都) 부여에 다녀온 인상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친을 만들고 소통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은퇴한 후에도 'Staying alive' 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내가 전부터 팔로우하고 있는 경희대 이경전 교수가 아주 유용한 팁을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 이 교수가 인공지능(AI)에 관한 논문을 해외학술지에 기고하기 위해 AI 번역기를 유용하게 활용했다는 경험담을 올린 것이었다. 내가 재직할 당시 경희대 이과 및 공학 분야에는 스타 교수님이 몇 분 계셨다. 디스플레이 공학의 장전 교수, 원자력공학의 정범진 교수, 생물학의 유정칠 교수와 함께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KAIST 출신의 지니어스 이경전 교수를 꼽는 데 이론이 없었다. I. AI 번역기의 활용 팁 다음은 이경전 교수..

Show&Movie 2023.08.17

[아웃리치] 농촌 교회 부흥의 가능성

코로나 팬데믹이 풀리자 온누리교회에서도 올여름에는 3년만에 재개된 아웃리치를 어디로 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해외 선교든 농어촌 선교든, 이주노동자 위로봉사 등 각 공동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양재 온누리교회 서초B 공동체에서는 6개의 다락방이 적정 인원을 모아 공동 추진하도록 했다. 다만, 코로나 거리두기로 소원해졌던 공동체 구성원들의 교제에 역점을 두고, 이주노동자 200만 시대를 맞아 해외로 나가는 선교 못지않게 국내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선교와 봉사활동도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였다. 그 결과 내가 속한 다락방에서는 여성회원들로 구성된 이웃 다락방과 연합하여 부여에 있는 개척교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상준 다락방장이 그곳 홍산은혜교회 김요한 목사와 연락을 취하고, ..

Holiness 2023.08.14

[Book's Day] 美 독립을 도운 라파예트와 조선인을 사랑한 비숍 여사

G : 폭염과 무더위에 안녕하셨어요? 8월은 휴가철이라 쉬어도 되는데 오늘은 무슨 책을 들고 오셨나요? 피서지에서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실 건가요? P : 오늘은 불어로 되어 있는 조그만 소책자 《Lafayette et l'Hermione》[1]입니다. 지난 4월 프랑스 일주 여행을 할 때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토산품 코너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책인데 평소에 관심이 있는 인물이기에 바로 집어들었지요. 오늘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자기가 모르는 외국어로 된 책일지라도 관심있는 주제라면 휴대폰 앱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읽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폰에 기본 어플로 설치되어 있는 구글 렌즈의 번역 기능을 이용하여 읽고 싶은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서 '번역'을 탭하면 어느 ..

People 2023.08.13

[인생] 삶이란 방황과 선택의 연속?

강원도에 피서를 갔다가 며칠 전 내 삶을 한 번 뒤돌아보는 계기가 있었다. 전국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을 때 시원한 온천욕을 하고 싶었다. 마침 아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다음날 아침 일찍 오색온천으로 갔다. 양양 주전골 그린야드 호텔의 탄산온천수는 철분과 탄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섭씨 26~29도의 냉천수(冷泉水)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얼마 후 내 몸이 근질근질해지고 작은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벽면의 점성술 12궁도를 바라보며 20분 이상 멍 때리고 앉아 있으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강원도에 가면 반드시 찾게 된다. 이날도 온천욕을 마친 후 주전골 산채전문 음식점에서 점심까지 잘 먹은 후 평창 숙소로 향했다. 주전골..

People 2023.08.02

[시인] 내 고향의 시인, 신석정 선생

마치 먼 이국 땅에서 오랜만에 고향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시인 신석정(申夕汀. 본명 申錫正, 1907~1974)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동국대학교 전신인 불교전문강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김제고교와 전주상고 국어교사를 지냈다. 내가 전주에서 살 때 그분을 전북이 자랑하는 시인이라고들 말했다. 나에게는 사촌형수의 친척이므로 사촌의 팔촌보다는 가까운 사이였던 셈이다. 엊그제 친구가 보내준 시 가운데 신석정 시인의 시가 여러 편 들어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오랜 마음 닦음 후에 나타나는 명경지수(明鏡止水) 같은 시어(詩語)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중 몇 편을 읽고 또 읽으면서 영어로도 옮겨 보았다. 여기서 인공지능(AI) 번역기를 써 볼 생각을 하였지만 "그 마음" 첫 연에서 그만 막히고 말았다..

People 202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