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2023/05 14

[시인] 김현승의 역설적인 詩 몇 편

Naver 블로그에서 '한사람 시와 마음'을 운영하는 친구 김상문이 "가을의 기도"로 유명한 김현승(金顯承, 1913~1975)의 시 여러 편을 소개해 줬다. 나로서도 지난 4월 프랑스 여행을 할 때 가로수 플라타너스[1]가 제대로 가지를 뻗은 것보다 심하게 가지치기를 한 모습[2]을 많이 보았기에 "플라타너스"라는 시부터 눈길이 갔다. 플라타너스 - 김현승 Platanus by Kim Hyun-seung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When I ask you if you know a dream, Platanus, your head is already wet with the blue sky.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

Show&Movie 2023.05.24

[프랑스 11] 여행기에 올리지 못한 사연

프랑스 일주 여행을 다녀온 뒤 여정을 되짚어가며 블로그에 여행기를 써서 올렸다. 그때는 바둑의 복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새로 여행을 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명이나 사진 찍은 대상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굳이 노년의 (短期)기억의 휘발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이번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곳을 다녀온 경우에는 기록으로 남겨놓을 필요가 있었다. 불과 1~2주일 전에 다녀온 것이지만 찍은 순서대로 사진을 늘어놓고 기억을 더듬어 쓰는 일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건물 이름이, 특히 이번 여행 중에 유독 많았던 그림이나 조각상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스마트폰 앱인 구글렌즈의 도움을 받아 확인하곤 했다. 그래도 좋았다. 여행을 새로 하는 기분이었으니까. 여행기에 올리지 못한 ..

Travel 2023.05.18

[Book's Day] 챗GPT와의 인터뷰: 게으른 독서가에 대한 권면

※ 다음은 2023년 5월의 Book's Day에 했던 챗GPT와의 인터뷰가 상당히 유익했다고 판단되어 우리말로도 간추려 옮기고자 한다. TED나 세바시의 15분 강연이나 드라마/영화의 요약판에 익숙한 세대일 수록 장문의 텍스트를 읽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글을 잘 쓰고 보고를 잘하는 능력이 생각하는 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면 요약(Executive Summary)을 읽기보다는 장문의 텍스트를 읽는 훈련을 쌓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매우 유용한 인터뷰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 Interview with ChatGPT in English Q1. AI 언어 모델로서 챗GPT가 이용자로부터 받은 작업지시 중에서 문서 요약(summarization)은 얼마나 되는가? 최근 건수 기준으로 ..

People 2023.05.14

[Book's Day] Interview with ChatGPT: Advice for Lazy Readers

※ On the Book’s Day of May, I put a series of questions to ChatGPT on the issue of summary reading. Against my expectations, ChatGPT responded to the plain and even silly questionnaires with lengthy answers in depth, which will be translated into Korean tomorrow. ⇒ Interview with ChatGPT in Korean Questionnaires 1. LLM으로서 챗GPT가 이용자의 작업지시를 받은 것 중에서 문서 요약("서머리")을 요구받는 것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최근 시점의 건수 기준 ..

In English 2023.05.13

[프랑스 10] 프랑스 일주 여행을 마치고

이번 프랑스 일주 여행은 롯데관광에서 광고한 대로 반고흐만을 들려준 것은 아니었다. 10일간에 걸친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정리하면서 돌이켜보니 자칫 여러 주제를 짧은 기간에 섭렵하려다가 소화불량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 인솔자 길벗(권수용)의 친절하고 빈틈없는 안내로 예정된 일정을 큰 차질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나로서는 일 없는 게으른 황소처럼 시간 날 때마다 되새김질(반추/反芻)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작년에 칠순 기념으로 아이들이 사준 갤럭시 노트 카메라의 강력한 기능이었다. 차 안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 줌 기능도 만족스러웠으며, 일단 많이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야간에도 사진촬영이 가능했고 마음만 먹으면 단말기 하나로 동영상까지 촬영..

Travel 2023.05.02

[프랑스 9] 지베르니의 모네 정원, 파리

5월 1일 메이데이를 앞두고 파리는 긴장에 휩싸였다. 해마다 메이데이에는 노동자들이 축제를 벌이곤 한다지만 금년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여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하였기 때문이다. 길벗 인솔자는 파리의 현지 가이드가 경험 많고 노련한 분이므로 그와 상의하여 일정을 일부 조정하였으므로 우리는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노동자단체의 시위가 예고된 지역을 하루 전에 미리 다니는 등 대비를 했다는 말이었다. 사실 프랑스 여행을 몇 번 했든지간에 파리는 참으로 볼 것, 할 것(쇼핑도 그중의 하나이다), 먹을 것이 많은 도시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주제에 걸맞게 파리에서 맨처음 할 일은 지베르니의 모네 집과 정원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나로서는 전에 파리에 출장을 왔다가 일본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

Travel 2023.05.02

[프랑스 8] 니스와 코트다쥐르

코트다쥐르(Côte d'Azur, '쪽빛 해변'이란 뜻)는 프렌치 리비에라(French Riviera)라고도 부른다.[1] 어제밤 우리 일행이 투숙한 라디슨 블루 호텔(Radisson Blu Hôtel Nice)은 영국인 산책로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아침에 해변에 나가보니 주말을 맞아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2] 초행길의 여행자임에도 프렌치 리비에라 해안의 칸과 모나코, 니스가 서로 비교가 되었다. 칸이 각종 축제와 이벤트 행사로 1년을 보내는 도시라면 모나코는 세금 내기 싫은 부유층이 돈을 싸들고 찾아와 즐기는 도시라 할 수 있다. 반면 니스는 지내볼 수록 서민들이 사는 푸근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Nice to see Nice! ("니스를 보니 좋아요!") 그래서 ..

Travel 2023.05.02

[프랑스 7] 마르세유, 칸, 생폴드방스, 모나코

마르세유에 진입하는 버스 안에서 길벗 가이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프랑스 제2의 대도시로서 아프리카에 가까운 항구도시인 만큼 외국 관광객들이 '거리의 야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거리의 야수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으면 금방 다른 사냥감을 찾아 떠날 테니 그룹을 지어다니면 별 문제 없다고 덧붙였다. 그 중에서도 여론조사한다며 "Can you speak English?"하고 접근하는 사람을 경계하라고도 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한국 관광객을 찾겠느냐며 그들과 말을 섞지 말고 그냥 무시하고 가던 길 가면 된다고 했다. 나로선 35년 전 문제가 생겼던 생샤를르 역으로 가지 않는 게 다행스러웠다. 길벗 가이드는 오늘 아침 마르세유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의 성당에 올..

Travel 2023.05.02

[프랑스 6] 아비뇽과 액상프로방스

아를의 로댕 호텔에서 맞은 아침, 하늘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푸르렀다. 파아란 하늘에는 비행운 흔적 외에는 구름 한 점도 없었다. 어디선가 비제의 "아를의 여인"에 나오는 미뉴엣이 플룻 연주로 들려오는 것 같아 호텔 풀장에서 물놀이나 하며 푹 쉬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풀사이드 의자에 앉아 있노라니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람이 휙 불어 종이 뭉치가 바람에 흩날려 물 위로 떨어지자 그때 가까이서 청소하던 여인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바로 영화 (2003)의 한 장면이다. 로맨틱 코메디에서 주로 진중한 역을 맡는 콜린 퍼스가 프로방스에 와서 원고를 쓰는 영국의 작가로 나온다. 그는 자기 몸을 사리지 않고 주인의 원고가 망실되지 않을까 물 속에 뛰어드는 포르투갈 출신 가정부에 마음이 끌..

Travel 2023.05.02

[프랑스 5] 카르카손의 콩탈성, 아를과 반고흐

패키지 투어의 중반에 도달했다. 일행 중에는 가정주부가 숫적으로 압도적이었으므로 인솔자 길벗에게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수퍼마켓에 데려가 달라고들 아우성이었다. 프랑스에는 카르푸, 오샹 같은 수퍼체인이 많다. 혼자 온 나로선 관심 밖이었지만 어젯밤 호텔 체크인 후 몇 사람은 가까운 수퍼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서울에선 생각할 수도 없는 새벽(현재 서머타임 실시 중) 6시 반에 호텔의 널찍한 다이닝 홀에서 동남아에서 온 여러 단체 투숙객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정확히 8시 20분에 버스는 반고흐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아를[1]을 향해 출발했다. 인솔자는 우리가 가는 길이 멀지만 도중에 카르카손(Carcassonne)에 들를 예정이라고 했다. 일단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콩탈 성 공방전에서 유래..

Travel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