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2023/02 4

[장례]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2023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산마테오에 사는 형님(박훤장/朴烜璋)의 건강상태가 안좋다는 소식이 들렸다. 7년 전 담도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담관 절제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까지 받으셨고 우리는 잘 회복하신 줄 알았다. 그 사이 일시 귀국하여 보훈병원에서는 고엽제 후유증 진단을 받으신 터였다. 2022년 9월에는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기념하여 부부동반으로 스페인 일주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했다. 형님은 워낙 등산을 좋아하셔서 이곳저곳 캘리포니아 소재 국립공원에 가서 등산복을 입은 사진을 풍경 사진과 함께 보내오셨기에 건광관리를 잘 하고 계신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는 호스피스 홈케어를 받으실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2007년 UCLA 로스쿨 방문교수 시절 형님의 신세를 많..

People 2023.02.26

[Book's Day] 발렌타인 데이의 사랑 詩

G : 선생님 이번 달 Book's Day는 13일이 아닌 14일이네요. 오늘 책을 소개해 주시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P :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면 결혼 10년차가 지난 겁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아닙니까? 우리에게 '발렌타인' 하면 위스키가 먼저 떠오르지만, 서양에서는 3세기 금혼령이 내려진 로마 병사들을 위해 비밀리에 결혼식 주례를 섰다가 처형 당한 발렌타인 사제를 기리는 날이라고 하죠. 여기에 초콜렛이 가미된 것은 초콜렛 파는 상인들의 상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고요. G : 오늘 FM 방송에서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를 듣고 헛웃음이 나왔어요. 김경미 시인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실래요? 커피숍 바로 옆 테이블의 젊은 남녀 두 사람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여자는 뭔가 ..

People 2023.02.14

[산책]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거닐며

입춘이 지나자 바람결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질 만큼 날이 포근해졌다. 그러나 여행길에서 강원도에 접어들자 산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다. 대관령 일대의 스키장에서는 아직도 스키어들이 스키 시즌의 마지막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주말 평창 알펜시아의 스키장 슬로프에서도 적잖은 스키어들이 활강하는 가운데 고즈넉한 호반 산책로를 거닐었다. 아직도 눈이 덮혀 있는 산책로는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다. 서울에서는 눈이 내리자마자 길 위의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바람에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아직은 눈도 더 내리고 한파도 몇 차례 닥치겠지만 호수 주변의 눈과 얼음 풍경은 이제 마지막일 터였다. 이번 강원도 여행에서 새삼 느낀 것이 한 가지 있다. 자동차 여행을 할 때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더라도 자칫 방..

Travel 2023.02.11

[기대와 실망] 반달과 보름달

정월 대보름날 밤 미세먼지는 있었으나 전국적으로 쾌청하여 둥근 보름달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대폭 완화되었기에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같은 민속행사도 여기저기서 벌어졌다고 한다. 설날이 가족 친척끼리 집안에서 조용히 보내는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전통적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떠들썩한 축제라 할 수 있다. 마침 진안에 사는 친구가 정월 대보름 밤 마을의 달집 태우기 행사 소식을 전해 왔다. 마을 사람들이 금년 한해 소망을 적어 달집에 매달고 보름달이 떠오를 때쯤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달집에 불였다고 했다. 사월 초파일 연등에 소원성취를 빌며 불을 밝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에도 나오는 대사가 아니던가? 곧 이지러질 달을 보고 사랑을 ..

Travel 2023.02.06